일상생활 TIP/리뷰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에 위치한 9억 공중 화장실

타이케 2025. 3. 17. 15:47

 

약 한 달 전 크게 이슈가 되었던 9억짜리 화장실 기억하시나요?

뉴스로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 역시도 공중 화장실 리모델링 치곤 엄청난 공사비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대체 어느 정도 건축물이길래 9억이나 들여지었는지 궁금해져서 얼마 전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 공중 화장실

 

화장실이 설치된 대구 수성구 및 수성못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장소적인 배경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대구 수성구는 교육열이 높아 학군이 좋은 동네로 알려져 있어 대구 지역에서도 부동산 금액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서울로 예를 들자면 강남구나 송파구, 부산이라면 해운대구와 같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수성못은 수성구 황금동, 두산동, 상동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수성구민에게는 가깝고도 익숙한 문화생활공간 중 하나입니다.

 

현재는 수성못에서 오리배를 볼 수 없습니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호수와 자연을 감상하며 산책길을 따라 운동을 하거나 데이트를 하기에도 좋고 매년 불꽃놀이나 수제맥주 페스티벌 같은 지역 축제도 열리는 곳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대구 수성구를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힐링 삼아 돌아보셔도 좋은 명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성못 주변에는 먹거리 타운과 음식점, 카페도 많습니다.)

 

대구 수성구 수성못 9억 화장실 위치

 

그럼 이제 수성못 내에 9억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공중 화장실은 하나뿐인지 등이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일단 위 지도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곳이 최근 리모델링한 상화동산 내 공중 화장실의 위치입니다.

 

그 옆 초록색 화살표로 표시한 곳이 바로 수성못 주 진입구인 두산 오거리인데요.

대부분의 이용객이 진입구를 따라 들어와 수성못 주변을 도는 패턴이기 때문에, 상화동산 안에서 머물며 쉰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특별한 축제가 열리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초입에 위치한 상화동산은 그냥 지나가는 장소가 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수성구민인 제 기억을 떠올려봐도 상화동산 화장실보다는 수성못 산책로에 있는 화장실을 더 자주 이용했던 것 같은데 상화동산 화장실만 리모델링을 한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9억 화장실 입구

 

어쨌든 뉴스 기사 사진으로만 보던 화장실을 실제로 마주해 보니 기대보다는 아담한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9억이라는 큰돈이 집행된 만큼 엄청 큰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가 있었거든요ㅎㅎ

 

장애인 화장실이 내부에 있고 휠체어를 탄 상태로 화장실 문을 열기가 어렵다는 비판이 있었어서 그런지 여성 화장실 문은 활짝 열린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리모델링 된지 얼마안되서 내부가 깨끗하긴 했습니다만

 

내부는 기사 사진으로 봤던 것과 같이 밝은 회색 타일로 디자인이 되어 있었는데, 솔직히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통로랑 세면 공간이 너무 좁아서 이게 맞아..? 싶더군요.

 

동그란 원통형의 세면대 단 두 개가 설치되어 있고 거울도 세면대에 부착된 작은 거울 뿐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거울이 작아서 얼굴 맞춰보기도 애매함...) 보통 화장실을 가면 통 거울이 있어 얼굴 외에 전체적인 옷매무새를 점검하는 용도로 쓰게 되는데 저 쬐그만한 거울 단 두 개라니...

 

게다가 손을 씻고 난 후 손을 말리는 핸드 드라이어(1개)나 화장지는 비치되어 있지만 그 화장지를 버리는 쓰레기통은 따로 없어서 비어있는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 휴지를 버려야 하는 수고도 있었습니다.

 

혹시나 백화점 화장실에 있을만한 파우더룸...? 그런 사치스러운 공간은 전혀 없습니다. 보이는 저게 다입니다.

 

물은 잘 나오는데 뭔가 손 인식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물은 시원시원하게 잘 나오는데 세면대가 묘하게 손 씻기 불편하고 손을 갖다 대면 인식도 잘 안 돼서 손을 씻으려던 한 꼬마 숙녀가 당황하며 물이 왜 안 나오냐고 엄마한테 이야기하더군요. 이쯤 되니 실 사용자는 생각한 건지, 무엇에 중점을 둔 리모델링인지 당최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기 같은 시설은 (아직까진) 깨끗합니다

 

 

천장에 냉난방 시설 1개가 설치되어 있고 입구 쪽에 장애인 화장실 1개와 일반 화장실 7개 정도가 마주 보는 형태로 설치되어 있는데, 통로가 좁아서 만약 이용자가 많게 되면 줄 서기도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설명하는 공간은 좌변기가 많이 필요한 여성 화장실 기준이라 남자 화장실은 조금 더 넓을 것 같습니다만..)

 

안에서 본 전경

 

천연 목재로 둘러싸인 화장실 안에서는 밖이 제법 잘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는 구조로 자연 채광을 이용한 친환경적 디자인이 여타 공중화장실보다는 차별적으로 느껴지긴 하나, 일반 건물도 아니고 실사용자의 편의가 중요한 화장실인데 이렇게 디자인에만 치중한 느낌을 받는 게 건축 전공자로서도 수성구민으로서도 그다지 좋게 느껴지진 않았는데요.

 

9억 화장실보다 수성못 관광안내소 뚜비 캐릭터를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유명 스페인 건축가 다니엘 바예의 예술적 요소가 담긴 곡선 구조 디자인도 좋고 단순 화장실이 아니라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비전도 좋지만 과연 5억 9천 가까이 되는 건축 공사비를 포함하여 총 9억 원을 들일만큼 현실적인 관광 효과와 가치가 있는 리모델링이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던 공간인 것 같아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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